[기고] 벚꽃 낭만을 즐겨보자
 
김병연(시인 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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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왔다. 겨울 동안 긴 잠에 들었던 나무들도 마른 가지에 물을 올리고 있다.

 

인간에게 꽃이란 행복을 전달하는 귀중한 존재이다. 꽃은 주면 줄수록 받으면 받을수록 생명력을 품게 하는, 행복감을 갖게 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그래서 인간은 꽃과 함께 산다.

 

산수유도 있고, 목련, 개나리나 진달래 같은 봄을 알리는 전령들이 여럿 있지만, 아무래도 여러 사람의 마음을 가장 많이 들뜨게 만드는 꽃은 아마도 벚꽃이 최고인 것 같다. 벚꽃은 서양에서는 봄과 순결의 상징으로 통하기도 한다.

 

봄 하면 떠오르는 꽃은 개나리나 진달래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봄꽃의 대명사는 벚꽃인 듯하다. 하아얀 벚꽃이 마치 팝콘 터지듯 몽실몽실해지면 세월은 말 그대로 설렘의 봄이 된다.

 

벚꽃은 밤사이 은밀한 작업을 하는지, 아니면 야행 성질 때문인지 알 수는 없지만, 낮까지 아무 일 없다가도 어느 날 아침 눈 비비고 기지개를 켜는 사이에 환하게 유혹의 그 아름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드러내 상춘객들을 불러 모은다.

 

벚꽃은 봄을 닮았나 보다. 화려하지만 찰나에 피어나고 머물다 낙화한다. 짧아서 아쉽기는 하지만, 짧기에 더욱더 사랑받고 아름다운 꽃이 벚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에서 벚꽃의 유래는 이렇다. 어느 산적 두목이 여자 한 명을 보쌈하여 왔는데 그 여자는 도무지 웃지를 않았다. 산적 두목이 사람 머리 하나를 자르자 그 여자가 설핏 웃었다고 한다. 그 산적 두목은 여자가 웃는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의 머리를 잘랐고 참수한 머리를 나무 밑에 묻었다고 한다. 그 나무에서는 너무나 예쁜 꽃이 피어났는데 그 꽃이 바로 벚꽃이라는 내용이다.

 

아마도 벚꽃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한 산적 두목의 마음을 닮았나 보다. 너무도 치명적인 사랑의 결과물이다. 새삼 사랑을 위해서 어떤 것까지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4, 봄의 축제가 한창이다. 하아얀색, 분홍색 꽃잎을 분분히 날리는 꽃그늘 아래로 상춘객들은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루고 봄은 오늘도 도도히 흐르고 있다.

 

벚꽃은 일반적으로 개화한 지 일주일 후면 만개한다. 4월 초를 시작으로 만개와 낙화까지 대략 일주일이면 충분하다. 그 사이 비라도 오면 꽃으로서의 위용은 반으로 줄어들지만 말이다.

 

거친 고목나무에 여린 잎은 송송 피어난다. 어디서 그 굳센 힘이 나오는 것일까. 바람 한줄기와 빛살 한줄기에도 제 몸을 사르는 위대한 장엄함이 그 여린 벚꽃 잎에는 보기 좋게 있다.

 

벚꽃은 온몸으로 뜨겁게, 온 가슴으로 열렬하게, 화끈하게 살다가 미련 없이 꽃잎을 떨군다. 꿈결처럼 하루아침에 화알짝 피었다가 4월에 내리는 함박눈처럼 바람에 흩날리면 그 황홀한 아름다움에 너나없이 넋을 잃고 빠져들게 된다.

 

짧아서 더욱 강렬한 몇 가지가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과의 기약 없는 이별이 그렇고, 인생의 끝에서 만난 남녀의 애절한 사랑과 길 위를 나란히 달리다가 제 길을 찾아 우회전하며 사라지는 자동차의 뒷모습이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화무십일홍이다. 아무리 어여쁜 꽃도 열흘 이상 가지 못하는데 한 백 년 이어질 우리네 인생을 어찌 그 짧은 벚꽃의 생애에 비할 수 있겠는가. 흩날리는 꽃비를 맞으며 다음 계절을 향해, 밝은 미래를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하리라.

 

어쩌면 꽃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봄에 서 있다 지나간다. 그들의 웃음소리가 벚꽃처럼 아주 환하게 또 청춘남녀의 사랑처럼 애틋하게 피어난다.

 

이 화사한 봄, 벚꽃의 낙화가 슬프도록 아름답다. 벚꽃 내음을 맡으며 마음껏 낭만을 즐겨보자.

 

 

 

김병연(시인 겸 수필가)    

 

 

 


기사입력: 2019/03/27 [17:31]  최종편집: ⓒ 아산톱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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