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을이 병 소유 부동산을 매수하려고 하는데, 갑은 을로부터 매수인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작년 6월에 병과 만나 갑을 매수인으로 한 부동산매매계약서를 작성한 후 갑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였습니다.
당시 병도 위 땅을 실제 매수하는 사람이 을이고 갑은 명의만 빌려주는 관계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은 돈이 궁해지자 작년 12월 을에게 알리지 않고, 위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았습니다.
을이 위 사실을 알고 갑을 횡령죄로 형사고소하여 왔는데 죄가 되나요.
(답) 위와 같은 경우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이 금지하고 있는 ‘명의신탁’에 해당하는데, 명의신탁의 유형 중에서도 이른바 계약명의신탁이라고 하여 위 법률 제4조 제2항 본문에 의하여 명의수탁자인 갑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가 되고 당해 부동산의 소유권은 여전히 매도인인 병이 그대로 보유하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을은 위 사안에서 계약 당사자는 아니었기에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동산 자체를 매도인인 병으로부터 이전받아 취득할 수 있는 권리 기타 법적 가능성은 갖지 못하게 되고, 따라서 이러한 사안이 민사법정에 가게 된다면 통상 을은 갑을 상대로 하여 위 부동산 매수에 들어간 비용을 부당이득으로 하여 반환청구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사안과 같이 갑이 을과의 계약명의신탁약정에 반하여 이를 매도하거나 담보로 제공하는 등 을의 의사에 반한 처분행위를 한 경우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는지가 문제되는데, 횡령죄가 성립되려면 갑이 ‘타인인 을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어야 하는데, 위 매매계약의 당사자는 을이 아닌 갑이기에 갑이 ‘타인인 을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횡령죄는 성립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위 매매계약 체결 당시 매도인인 병이 위 매매계약의 효력을 돈을 댄 을에게 귀속시키기로 하는 합의를 갑과 사이에도 한 경우라면 갑은 ‘타인인 을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여지고 있습니다.
위석현 변호사(서도 법무법인 아산분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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